부산 여행을 하다 보면 돼지국밥, 밀면, 어묵처럼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들이 먼저 떠오르지만, 부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별미 중 하나가 바로 낙지볶음(낙곱새)이 아닌가 싶습니다.
낙지와 새우, 곱창을 매콤한 양념에 함께 끓여 밥에 비벼 먹는 낙곱새는 부산에서 시작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음식인데요.
부산 범일동(범천동)에는 오랫동안 낙지볶음과 낙곱새를 만들어 온 식당들이 모여 있는 곳이 바로 조방앞 일대입니다.
그중에서도 부산 귀금속거리(부산 골드테마거리)에 자리한 원조할매낙지는 60여년 전부터 조방낙지를 대표하는 곳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옛날 부산 범천동에서 근무하면서 자주 찾았던 조방 앞 원조할매낙지의 낙지볶음이 먹고 싶어 오랜만에 일부러 찾았습니다.
예전 그맛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무척이나 반가웠네요.

범천동 조방 앞, 부산 귀금속테마거리에 있는 원조할매낙지
3층 건물을 식당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1963년 범천동의 조선방직 앞에서 된장찌개, 김치찌개 등을 주로 파는 가정식 백반 식당인 할매집을 운영했었는데요.
당시 데쳐 먹기만 하던 낙지를 더 맛있게 양념하여 만들어 보라는 손님의 권유를 받고 1968년에 낙지볶음 선보이게 됐습니다.
손님들의 호응이 좋아 이때부터 낙지를 양념에 볶은 낙지볶음을 선보이며 4~5테이블의 규모의 조방낙지라는 이름의 낙지 전문점을 시작한 것이 금년으로 58년 역사(3대째 운영)를 일궈낸 것입니다.
조방낙지가 소문나면서 주변에 낙지볶음을 파는 식당들이 늘어나자 원조할매낙지볶음으로 상호를 변경했다고 합니다.
실제 예전에는 원조할매낙지 주변에 낙지볶음 식당이 몇 개 생기면서 낙지볶음거리가 형성되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모두 사라졌더군요.
1988년 현재의 자리로 이전했고, 2002년에 부산광역시에서 부산 향토음식점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영업시간은 09:30~20:30
라스트 오더는 20:00,
휴무일은 설과 추석 당일,
주차장 역시 없어서 인근의 유료주차장을 이용해야 합니다.

원조할매낙지가 있는 조방 앞, 부산 귀금속거리(부산 범천동 골드테마거리)
조방 앞이라는 단어는 1917년부터 1968년까지 있었던 조선방직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당시 일본 미쓰이 재벌 등이 설립한 동양 최대 규모이자 수천 명의 노동자가 일하던 초대형 공장이었다고 합니다.
광복 후에는 6.25 전쟁에 사용된 군복을 생산하며 부산에서 가장 활기찬 상권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조선방직은 경영난과 도시개발로 인해 1968년 철거되었고, 그곳에 부산 동부시외버스터미널과 자유시장, 평화시장, 부산시민회관, 범천골드테마거리(귀금속거리) 등이 들어 섰습니다.
부산시외버스터미널은 1985년에 명륜동으로 이전했다가 2001년 부산동부버스터미널(노포동 종합버스터미널)로 이동했습니다.
조선방직이 부산에서의 역사와 규모로 봤을 때 엄청 즁요하게 작용하다 보니 이전한지 60여년이 다 되어가는 데도 조방앞이라는 지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조선방직이 있어 시장과 상권이 발달했고, 사람들이 많이 찾으면서 자연스럽게 먹거리도 자리잡았습니다.
이때 원조할매낙지도 찬생한 것이고, 조방낙지라는 이름이 알려지게 된 것이죠.
아울러 부산 범천동 골드테마거리(귀금속거리)는 종로 귀금속단지와 함께 우리나라 2대 귀금속 특화거리에 해당하는데요.
남포동과 광복동 중심에 있다가 1980년대 버스터미널 등이 있는 이곳으로 이전하면서 골드테마거리가 조성되었습니다.

월조할매낙지 메뉴
낙지+밥 11,000원,
낙지+새우+밥 11,000원,
낙지+소곱창+밥 11,000원,
낙지+소곱창+새우+밥 11,000원
1990년대 중반부터 찾았던 곳으로 당시엔 3~4,000원대 였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11,000원까지 올랐네요.
그리고 재료가 추가되면 가격이 덩달아 오르게 마련인데 원조할매낙지는 가격이 모두 동일합니다.
그리고 옛날에도 저렴하게 푸짐한 낙지로 한끼 떼울 수 있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가성비 있는 식당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기밥과 국물 그리고 반찬은 딱 3가지로 조촐합니다.

네 명이 모처럼 찾아 낙지만 들어가는 메뉴로 주문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볶음이라기 보다는 낙지전골에 가깝습니다.
조방 낙지 스타일은 일반적인 낙지볶음과는 달리 고추장을 넣지 않고, 고춧가루 등 기본 재료만으로 조리한다고 합니다.
고추장을 많이 넣으면 국물 맛이 걸쭉해지지만, 고춧가루만 넣으면 국물 맛이 담백하고 깨끗해 낙지 특유의 맛을 유지할 수 있다네요.
그리고 원조할매낙지는 처음부터 국물이 많은 전골처럼 먹는 음식이라기보다는 재료를 끓이면서 양념이 점점 어우러지도록 조리해 밥과 함께 먹는 음식입니다.

여전히 전골에는 낙지가 정말 많이 들어 있습니다.
서울에서 낙지볶음 먹으로 가면 여기의 1/3이나 들어가려는지…
여러 재료가 양념과 함께 끓기 시작하면 처음보다 국물이 훨씬 진해지고, 밥에 올려 비벼 먹었을 때 제대로 된 낙지볶음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늘과 양념에서 나오는 진한 풍미가 제맛입니다.

낙지볶음은 밥과 함께 비벼먹는 것이 특징입니다.
많이 짜거나 맵지 않고, 낙지가 부드러우면서 맛이 상당히 풍성합니다.
낙곱새를 어느 정도 먹고 나면 남은 양념이 아깝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때 우동, 라면, 당면 등의 사리를 추가해 먹는 방법도 좋습니다.
부산 조방낙지는 낙지를 매콤한 양념에 볶아 밥과 함께 먹는 음식입니다.
원조할매낙지에서 오랜만에 추억의 음식을 너무 맛있게 먹었습니다.
자극적으로 맵기만 한 낙곱새가 아니라 마늘과 양념의 풍미가 어우러진 맛이 특징이라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너무 매운 음식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비교적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귀금속거리를 구경하고 조방앞 원조할매낙지에서 따끈한 낙곱새 한 냄비를 밥에 쓱쓱 비벼 먹는 것,
부산의 오래된 맛과 골목 풍경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꽤나 매력적인 여행 코스가 될 것입니다.